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연탄한장

가로 수 2010. 4. 19. 12:1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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삶이란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 되는 것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, 일단 제 몸에 불이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나는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도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줄도 몰랐었네 나는...

 

 

 

안도현 "연탄 한 장" 中에서